독서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애릭 앰블러 독후감 인상깊은 구절

묵문 2025. 3. 21. 21:11

The Mask of Dimitrios | 애릭 앰블러 장편소설

한순간 래티머는 책상 맞은편의 남자가 자기 넥타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의심이 들었다. 이윽고 대령의 눈동자가 위쪽으로 이동해 래티머를 보며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었다. 그 웃음에 래티머는 왠지 뭔가 훔치려다 들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키 대령이 말했다. 「혹사 진짜 살인에 관심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래티머 선생님.」
래티머는 언젠가 동물 구조학자인 친구가 화석의 뼈 한 조각으로 선사 시대 동물의 완전한 골격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동물 구조학자는 그 일에 거의 2년을 쏟아부었고, 경제학자인 래티머는 일에 대한 그 친구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감탄했다. 이제 처음으로, 래티머는 그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래티머는 디미트리오스의 뒤틀린 심리 한 조각을 막 발굴해 냈고, 이제 그 전체를 완성하고 싶었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운명을 자신이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 늘 매력을 느낀다.

그리스를 탈출해서 몇 번씩 신분을 바꾸고 공작원 범죄자 등이 된 디미트리오스 추적하는 주인공

스탐볼리스키 정권 아래에서 레프13의 가치가 높아져 그 은행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인 1923년 초에는 레프의 가치가 두 달 동안 두 배로 뛰었습니다. 1파운드에 8백 레프였는데, 4백 레프 가까이로 올라갔지요. 흥미 있으시면 제가 정확한 숫자를 알아봐 드릴 수도 있습니다. 레프 시세 하락을 예상하고 3개월 이상 선물 매도를 하던 이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요. 유라시아 신탁은행은 그러한 손해를 그냥 받아들이는 은행이 아닙니다.
기차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고 말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짐이 그렇지요. 인간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인간에게는 온갖 화려한 색깔의 레이블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그 레이블은 오직 밖으로 향한 모습만 있습니다. 세상에 보이는 쪽에만요. 중요한 것은 안에 있는데요.
화장실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문 바로 안쪽에 한 손에는 배를 가른 치약 튜브를,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루거 권총을 대충 들고, 입에는 상냥하면서도 슬픈 듯한 웃음을 머금은 피터스 씨가 서 있었다.

지금 기차애서 쫓아온거야…?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지나가던 행인이 공작원이었다고ㄷㄷㄷ 이 사람이 디미트리오스는 아닐것같은데 뭔 관계냐 하… 흥미진진 아니근데 래티머는 걍 조사하고 왔는데 와보니 호텔방에서 총 겨누고 있어ㄷㄷㄷ

그 사람의 외모는 온순해 보였지만, 그 사람의 갈색 눈을 보면 그 사람에겐 평범한 사람들을 부드럽게 만드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고 언제나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죠. 저는 달리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믿었어요. 하지만 또한 그 사람을 혐오했죠.

온순하고 건강한 키 큰 외모로 부드러운 갈색 눈동자를 가졌지만 잘 들여다보면 섬뜻한 느낌이 드는 디미트리오스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로데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서 웃었습니다.」 그는 한순간 망설였다. 「제 친구 피터스가 권총을 들고 선생님을 상대했다는 일 말입니다. 피터스는 무기를 굉장히 무서워하거든요.」
「네, 본 적 있습니다. 디미트리오스가 살아 있을 때의 사진이군요. 이 사진이 왜요?」
피터스 씨는 아주 다정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건 마뉘스 피서르의 사진입니다, 래티머 선생님.」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피서르는 디미트리오스에 대해 교묘히 알아낸 지식으로 뭔가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이스탄불의 시체 안치소에서 선생님이 보신 시체는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던 피서르였습니다.」
「그건 디미트리오스였습니다. 제가 두 눈으로.......」
「선생님이 보신 건 피서르였습니다. 디미트리오스가 죽인 거죠. 기쁜 마음으로 말씀드리건대, 디미트리오스는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

G. 가 얘기하면서 래티머를 비웃을때 이유를 몰랐는데…. 정말 예상했으면서도 긴장돼서 넘길때마다 두근댔음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불신하는 법을 익혔다. 그러므로 경험해 본 적 없이 상상 속에서만 알던 세계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면 매우 이질감을 느낀다.
오래된 거짓의 망령 속을 헤매는 저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당신이 제게 답장을 해주셔서 이 이야기가 그래도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뿐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말해 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비참한 이야기 아닙니까? 영웅도 주인공도 없습니다. 있는 것은 악당과 어리석은 자들뿐입니다. 아니면 어리석은 자만 있다고 해야 할까요?
유라시아 신탁은행은 모나코에 등기되어 있어 그 등기내용이 감사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디미트리오스는 그 은행의 이사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렇게.. 다 읽었고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터키 그리스 정세와 1920~30년대 전쟁의 전조가 보이는 사회분위기, 첩보원들의 신리, 인간성, 래티머의 묘한 도덕감이 정말.. 끝내주는 소설이었다. 정말 잘 짜여진 소설이고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