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드라큘라> 브람 스토커 독후감 인상적인 구절

묵문 2024. 11. 13. 16:42

웃긴 소설이다! 영화화만 아니었으면 잊혀졌을 소설이지만 지금 그 이름은 전세계 누구나 아는 소설이 되어버린 신기한 소설... 최종 소감은 과대평가 되었지만 읽을만 하다.

근데 조금 웃긴게... 이 소설이 아무래도 옛날 소설이다 보니 요즘처럼 드라마틱한 격정 이런 감정을 인물들이 겪는건 아니고, 친구가 뱀파이어에 물려서 괴물이 되었다! -> 슬퍼!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합시다 주님의 힘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를 구원해줍시다! 하고 기합 넣고 바로 할 일을 한다... 정말 인물들이 건강하고 다들 정신적으로 굳건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런점이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다.

 

 

 

그러나 '현대성'만으로 소멸시킬 수 없는 구시대의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주님, 자비로운 주님! 제가 광기에 사로잡힐 길에서 벗어나도록 침착함을 되찾게 하소서. *(셰익스피어 리어왕 인용)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광기를 지니고 있어. 그러니 자네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환자를 대할 때처럼 신중해야 해. 신의 기준에선 보통 사람이나 광인이나 마찬가지거든.

이 꽃은 연꽃처럼 근심을 지워줄 거요. 그래, 냄새도 레테강의 내음과 흡사하다오.

"피가 생명이나니! 피가 생명이나니!"

"자네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믿으란 말이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지. 한 미국인이 믿음을 이렇게 정의하더군. '믿음이란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믿게 만드는 능력이다.' 이 말에 내포된 한 가지 때문에 나는 이 말에 동의하네. 이 말은 우리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거든. 선로에 놓인 작은 돌이 짐차를 막으면 곤란한 것처럼, 작은 진실이 몰아치는 거대한 진실을 막으면 안되지. 당장은 작은 진실에 집중해도 돼. 암, 그래도 되고말고! 그 진실을 간직하면서 소중히 여기는 거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그 작은 진실이 온 우주의 진실이라고 믿지 않아야 해."

"아이들의 상처는 루시 양이 낸 걸세!"

두둥 넷플릭스 브금 나와야할것같은 대사

물론 질투에 사로잡힌 바이런은 예외로 해야겠다. 그가 가장 혐오했던 그 진실을 확인하리니. (*영국 시인 바이런의 '돈 후안'의 구절을 일부 변형해서 인용한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였던 돈 알폰소에게 복수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랑이 개인의 감정에 불과한 허상인지, 아니면 실재하는 가치인지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죽음과 부패의 악취가 없는 상쾌한 공기를 들이켜는 게 놀랍도록 행복했다. 도시의 불빛으로 붉게 물든 언덕 너머 하늘을 바라보고,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에 귀 기울이자니,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게 실감 났다.

교수님이 등불을 들어 올리더니 등불의 빛가림 막을 여셨다. 쭉 뻗어나간 불빛이 루시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의 입술은 신선한 피에 젖어 진홍색으로 물들었고, 입술을 적신 그 피가 턱을 따라 흘러 새하얀 수의를 빨갛게 물들였다.

죽지 않는 존재가 되면 불사의 능력이 받는 저주도 받게 돼. 죽지 않는 대신, 영생을 살아가며 희생자를 늘려 세상에 악을 퍼뜨려야 하는 걸세. 죽지 않는 존재의 먹잇감이 되어 죽은 자는, 그 역시 줒지 않는 존재가 되어 또 다른 먹잇감을 찾는 식이야. 물에 돌멩이 하나를 떨어뜨리면 잔물결이 끝없이 퍼져나가듯, 죽지 않는 존재들의 세계가 넓어지는 셈이지.

우리는 오늘 밤을 위해 모든 자료를 정리했다. 나도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다. 드라큘라 백작 같은 존재를 사냥할 때 연민은 금물이다. 백작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그건 인간도 아니고, 심지어 짐승도 아니다. 수어도 박사가 루시의 죽음에 대해 기술한 것을 읽다 보면 샘솟듯 한결같이 넘치던 연민이 순식간에 메마르는 걸 느낀다.

자연법칙에서 어긋난 존재지만 어떤 자연법칙은 거부할 수 없는 모양이지.

그자는 어떤 곳이든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서 초대를 받아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소.

물론 처음에만 그럴 뿐, 한번 들어간 이후엔 원하는 대로 드나들 수 있소. 또 모든 사악한 것들이 그러하듯 날이 밝으면 그자의 힘인 사라지오.

악마는 초대를 받아야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설화가 떠오르는

그 유명한 드라큘라 제후가 '왐피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적은 문헌도 있었소. 왐피르, 밤피르, 뱀파이어..., 어쩐지 이해되지 않소?

반헬싱 교수님의 역사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들을텐데...

"파리 말입니까. 파리란 놈한테는 아주 매력적인 특징이 있지요. 파리의 날개는 초자연적 능력으로 대기를 다루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대인들은 파리도 나비처럼 사람의 영혼을 담은 존재로 여겼다니까요!"

유체역학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 파리가 날 수 있는 이유를 몰랐겠거니...

또 그냥 악한 것과 부패한 것에 가까이 있는 파리가 잘 어울리기도 한다. 상징으로서도,,

"저한테 최면을 걸어주십시오! 해가 뜨기 전에 해주셔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편하게 모든 걸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둘러 주세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교수는 군말 없이 미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그와 연결된 마음을 통해 적을 염탐하는 클리셰는 예전부터 있었구나!

맹세를 통해 우리는 신의 사자가 되었소. 예수님이 살리고자 하셨던 이 세상 사람들을, 주님을 모욕하는 괴물들에게 내주어서야 되겠소! 우리는 이미 그자가 타락시킨 한 영혼을 구해냈소. 우리는 과거의 십자군처럼 당당히 나아가 더 많은 영혼을 구할 것이오. 십자군처럼 해가 뜨는 곳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십자군처럼 실패하더라도 선이란 대의 아래 쓰러질 것이오.

반헬싱 교수의 말. 이 말을 통해 드라큘라가 쓰여진 배경시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십자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는데, 근현대에 들어서는 십자군 전쟁을 아무런 의미 없는 정치적 전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브람스토커가 글을 썼던 시대는 낭만주의 문학의 끝자락이었고 모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이런 것이 극찬되는 시대였기에 십자군 전쟁 또한 성전으로 보았다.

나는 그녀의 피에 흡수된 지독한 독성 물질이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의심한다. 교수님은 백작이 자신의 피를 하커 부인에게 먹인 것을 두고 '흡혈귀들 간의 피의 세례'라고 일컬은 적이 있다.

많은 창작물에서 피의 세례.. 피의 세례.. 하는게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여기였다. 어스름한 새벽 안개에 둘러쌓여 흰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의 목을 무는 창백한 얼굴의 백작... 뭐 이런 클리셰가 안 유행하는게 이상하긴 하다 헛헛

However 문제는 드라큘라 백작은 늙었다.. 늙었다고 노년이라고!!! 루시의 피를 마셔서 조금 젊어지긴 하다만... 그래서 드라큘라와 루시의 러브라인은 당연히 없다(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냥 내가 뮤지컬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할리우드 영화 뱀파이어와의 하룻밤에 너무 큰 인상을 받았을지도...

또 하나 웃긴 점은 초반에 조나단이 드라큘라 백작과 만날때 그 지방 유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조나단이 그의 조상들이 약했다고 말하고 백작은 발끈한다. 왜냐하면 백작의 조상 그런거 없고 그거 다 그냥 백작이라서! 아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너무.. 웃겼다 당사자 앞에서 당사자 욕하는 조나단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웃긴거 생각하니까 왜 계속 나오는거지? 그게 있다 백작이 사는 성에는 하인이나 시종이 없다. 그런데 우리 조나단은 생활하는 내내 만찬도 먹고 방도 정리되어 있는 생활을 한다. 그럼 그 일은 누가 다 했을까?

아무래도... 백작이...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클로랄: 최면 진정제

 

1897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