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아기 갖는 법과 더불어 비는 법이야.
인류가 살아가려면 신화와 거짓말이 필요해. 만약 누군가가 그대로 드러난 진실을 본다면, 아마도 자기 머리에 총을 쏴 버릴 거야.
스카풀라지 scapula
청부업자들이 목, 팔뚝, 발목에 차고 첫째 일을 맡을 수 있길, 둘째 목표물에 총이 맞길, 셋째 돈을 받기를 기원하는 역할
두 개의 천/나무 판 모양, 성경 그림, 혹은 글로 장식, 끈으로 연결되었다. 카르멜산의 성모 스카풀라가 가장 유명하다.
내 인생의 줄거리는 부조리한 책과 같아. 그러니까 먼저 나와야 할 것이 나중에 나오지.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내가 아니고, 그것은 이미 쓰여 있었어. 나는 단지 우유부단하게 한 장 한 장씩 실천에 옮기고 있었을 뿐이야. 나는 최소한 마지막 페이지라도 내 손으로 단숨에 써 내려가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꿈은 꿈일 뿐이야. 아마 그것조차도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주인공이 동성애자인데 알렉시스라는 어린 애인과 동거중이다. 애인은 락 음악을 좋아하고 '나'는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소음, 그러니까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었고, 나는 그 없이 살 수 없었어.
이 다음에 주인공이 이웃이 싫다니까 애인이 망설임없이 죽여줄까? 하고 묻고 정말 죽인다. (와우)
알렉시스가 쓰는 총 <창곤 changón>
총신을 잘라낸 엽총이다. 총알이 넓은 면적으로 발사되어 주변에 누가 있든 무작위로 타격을 입히는 무기다.
알렉시스... 뭐하는 인간이지 녹색 눈, 금발에 천사처럼 생겼는데 사람을 막 죽인다
법과 헌법의 나라인 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형을 선고받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유죄가 아니먀, 재판을 받지 않으면 형을 선고받지 않고, 체포되지 않으면 재판을 받지 않으며, 체포는 곧 석방을 의미해....... 콜롬비아의 법은 불처벌이 원칙이고, 범죄자이면서도 처벌받지 않은 첫 번째 인간은 바로 대통령이야.
그들의 야비하고 천한 영혼 밑바닥부터 말할 수 없는 은밀한 기쁨이 용솟음치고 있었어. 심지어 나보다 더 행복해했어. 죽은 사람과 전혀 관계없는 그 사람들이 말이야. 오늘 먹을 게 없을지 몰라도, 이야깃거리는 있으니까 그랬을 거야. 적어도 오늘 그들은 벅차고 충만한 삶을 산 것이거든.
이곳 시민들은 선천적이고 만성적인 비열함을 앓고 있어. 이들은 악랄하고 파렴치하며, 시기심과 증오로 가득하고 사기성이 농후하며, 거짓말과 도둑질을 일삼는 인종이야.
"얘야, 네 권총 좀 빌려줘.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그걸로 내 목숨을 끊어야겠어."
알렉시스는 내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그는 너무나 꾀바르기에 그런 걸 느끼고도 남아. 그는 권총을 찾으러 달려갔고, 그 안에 총알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도록 그의 눈에 들어온 유일한 것에, 그러니까 텔레비전에 총알을 모두 쏴 버렸어.
이봐, 파르세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는 하느님의 악몽인데, 하느님은 미쳤어.
왜 죽은 사람들은 눈을 감지 않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눈을 활짝 뜬 채, 아직도 원한과 분노로 눈을 반짝이고 깜빡거리지 않으면서, 희희낙락하는 무리를 눈동자에 반영해.
그건 수천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인어로 '부이트레(buitre)'라고 불리는 새인데, 라틴어로는 '불투르(vultur)'라고 해. 이 새들은 인간의 썩은 고기를 날아오르는 영혼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어.
똑딱똑딱 소리 내지 않는 시계들, 그것은 죽은 심장과 같아.
그런데 그리스도는 어디에 있지? 성전에서 장사치들을 채찍으로 내쫓은 분노하고 엄한 사람은 어디에 있지? 십자가가 그의 분노를 치료해 주어서 이제 더는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며 냄새 맡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는 절대 다시는 거기로 가지 않았어. 범죄 현장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은 도스토옙스키의 헛소리야.
우리는 똑같은 걸 찾으러 왔는데, 그건 바로 평화와 어둠 속의 침묵이야. 우리의 눈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아서, 우리의 귀는 너무 많은 것을 들어서, 우리의 마음은 너무 많은 증오로 지쳐 있어.
"거룩하신 어머니여, 도움의 성모여, 자비와 미덕의 성모여, 당신 발아래 엎드려 제 잘못을 뉘우치옵니다. 성모님을 굳게 믿으며 기원하오니 이 기도를 들어 주소서. 마침내 제 마지막 시간이 되면 제게 오시어 제가 정의롭게 죽도록 도와 주소서. 사악한 영혼과 그의 불쾌하고 엉큼한 휘파람을 쫓아 주소서. 저는 이 삶에서 이미 지옥의 악몽을 겪었고, 그것도 아주 충분히 겪었으니, 영원한 저주에서 저를 구하소서. 이웃과 함께, 아멘."
그건 운동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믿는 정의의 원칙 때문이야. 운동화를 도둑맞은 사람은 자기가 운동화값을 냈으니 그걸 빼앗기는 건 부당하다고 여길거야. 반면에 그걸 훔치려는 사람은 그 운동화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거야.
이 험하고 좁은 길, 천천히 지치게 만들며 올라가는 시멘트 계딴, 그건 고통스럽게 하늘을 향해 올라가지만, 그 하늘은 우리의 것이 아니야. 산기슭에, 누런 황무지 땅에, 하느님이 인간을, 자기 장난감을 만든 바로 그 진흙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계단들을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는 모습, 골목길과 증오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는 모습, 풀 수 없는 것, 그러니까 부모에서 자식들에게 유전되고 홍역처럼 형제에서 형제로 옮겨 가는 증오와 묵은 원한의 청산이라는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려고 애쓰는 모습.
"내가 너를 데리고 가거나 네가 나를 데리고 가야 이런 게 끝나." 이것을 평범한 말로 옮기면 '당신이 나를 죽이거나 내가 당신을 죽여야 해. 너무나 증오가 많은 두 사람은 이 좁은 세상에 들어갈 틈이 없거든.'이라는 뜻이야.
사회학자들이 한 사회를 분석하기 시작하면, 오, 나의 주님. 그 사회는 정신병 의사의 손에들어가는 사람처럼 망가져 버려.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분석하지 말고 그냥 계속 나아가자고.
사람을 죽이려면 단 하나의 총알과 권총, 그리고 굳은, 정말로 굳은 의지가 필요해.
죄는 생명을 끄는 게 아니라, 그것에 불을 붙이는 거라고. 다시 말하면, 고통이 없었던 곳에 이제는 고통이 있게 만드는 거야.
난 결코 그 천국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난 인간쓰레기의 일부니까.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아. 만일 존재한다면, 대단한 '고노레아'일 거야. 소나기기가 갈수록 거세게 퍼붓고 점차 밤을 덮어 버리는 동안, 나는 지금부터 내게 행복이란 불가능한 것 중의 하나가 될 것임을 알았어. 아마도 언젠가, 그러니까 머나먼 과거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파악하기 어렵고 무상한 현실이었을 거야. 난 알렉시스에게 말했어.
"계속 너 혼자 죽이도록 해. 난 이제 더는 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고서 권총을 내 가슴에 갖다 댔어. 그러자 몇 달 전에 내 아파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렉시스는 또다시 권총을 밀었고, 총알은 빗나가면서 물을 튀겼어.
난 알렉시스 역시 죽은 개의 몸 위에서 울고 있었다고 기억해. 다음날 오후에 플라야 대로에서 그는 살해되었아.
그의 마지막 말은 내 이름이었어. 그는 한 번도 자기 입으로 내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어. 그러고서 그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영원한 나락으로 떨어졌어.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지만, 그게 아니야. 우리는 존재하지 않음에서 나온 상상의 산물, 즉 바수코의 꿈이야.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악마야. 두 사람은 하나이고, 테제이며 안티테제야. 물론 하느님은 존재해. 그의 사악함을 보여주는 표시가 모든 곳에서 발견되거든.
우리가 늙어서 침대에 누워 죽건, 혹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칼에 찔려 죽건,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건,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죽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지 않아? 삶의 마지막 순간 다음에 죽음이라는 나락이 똑같이 오지 않아?
자동차들이 불을 켜고 줄을 지어서 거리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어. 마치 빛을 내는 구더기 같았어. 이 삶이란 수렁으로 체념한 채 기어가는 개똥벌레들 같았어.
만일 여기 아래에 죄지은 사람들이 없다면, 그게 뭐지? 그건 범죄가 스스로 이루어진다는 게 아닐까? 범죄가 스스로 저질러지지 않고, 여기 아래에는 죄지은 사람이 없다면, 죄 있는 장본인은 저 위에 계신 분이야. 이런 범죄자들에게 자유 의지를 주신 무책임한 분이셔.
나는 가만히 있었고, 그는 잠들어 있었어. 그렇게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고, 권총은 스스로 공중으로 날아서 내게 오지 않았고, 내 팔 역시 권총을 잡기 위해 뻗지 않았어. 그때서야 나는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걸 깨달았어. 그건 내가 한량없이 피곤해 있으며, 명예 따위는 눈곱만큼도 중요하지 않고, 나에게는 무처벌이나 처벌이 똑같은 것이며, 복수는 내 나이에 하기에 너무나 큰 짐이라는 사실이었어.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는 살며시 눈을 떴어. 그러자 나는 그에게 물었어.
"왜 알렉시스를 죽였어?"
"우리 형을 죽였기 때문이야." 그는 대답하면서, 눈을 비비고 잠에서 깼어.
"아, 그래......." 나는 바보 멍청이처럼 중얼댔어.
이 관대하고 남 이야기나 해대는 사회는 아이들에게 자기들이 세상의 왕이며 왕이 누릴 모든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하게 했어. 그건 엄청난 실수야. 이미 앞에서 말한 왕 말고는 그 어떤 왕도 없으며, 아무도 그런 권리를 갖고 태어나지 않아.
하지만 난 아니었어. 난 모르고 있었어. 난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짐도 들고 있지 않았어. 불쌍하고 가련한 순진한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뽑혀서 시간의 소용돌이로 내던져진 사람들이야. 어리석고 멍청하며 미친 순간을 살기 위해서일 뿐.......
그럼 잘 가.
차에 치이길.
혹은 기차에 두 동강 나길.
이게 2024년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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