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절망>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 최종술 옮김 줄거리 독후감 인상깊은 구절

묵문 2025. 5. 2. 21:29

줄거리:

아직 나는 목적 없이 배회하고 있다. 아직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과연 나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다름 아니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받아들여야 할 내용물을 기다리는 투명한 용기같이 나는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나의 일, 얼마 전 손에 넣은 자동차, 내가 걷고 있는 곳의 이런저런 특색 등과 관련된 생각의 연무(煙霧). 이 생각들의 실안개가 내 주위를 맴돌았다. 만약 광활한 내 내면의 황무지에서 무언가가 울림을 지니기도 했다면, 그건 단지 나를 유혹하는 어떤 힘의 알 수 없는 느낌일 뿐이었다.
15
죽음, 그것은 얼굴의 안식, 얼굴의 예술적 완벽이다. 생은 그저 내 분신을 망칠 따름이다. 그렇게 바람은 나르시스의 행복에 안개를 드리운다.
23
독자를 관객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작가가 가장 바라는 바다. 언제 이를 성취할 수 있을까? 문학 속 인물들의 피기 없는 유기체는 작가의 감독하에 자양분을 공급받으며 살아 있는 독자의 피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므로 작가의 천재성이란 인물들이 이 양식 덕분에 생기를 얻고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24
겉보기에 따분한, 언뜻 보기에 단순한 내 젊음은 천재적인 범죄의 가능성을 감추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아마 난 꿈에 항상 등장하는 저 평범한 복도를 따라 걸어갔을 것이고, 텅 빈 방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어느 날, 방은 텅 비어 있지 않았다. 방에서 내 분신이 일어서더니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때 모든 것이 정당화되었다.
57
이건 도스토옙스키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술집을 위장한 고문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기미를 보인다. 대화가 좀더 흐르면 "선생"이란 단어가 튀어나올 것이다. 심지어 곱으로.
1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혼의 구석구석, 영혼의 과거에 존재하는 모든 복도를 알았을 텐데. 영혼의 시설을 모두 알았을 텐데.
197
그래요, 난 전부 의심하게 되었소. 핵심을 의심하게 된 거요. 그리고 길지 않은 여생을 온전히 단 하나, 이 의심과의 헛된 싸움에만 쏟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소. 나는 사형수의 미소를 지었소. 그리고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러대는 뭉툭한 연필로 첫 페이지에 재빨리 그리고 단호하게 '절망'이라는 단어를 썼소. 이보다 나은 제목은 찾을 수 없소.
226
생각에 잠겼다가는 다시 쥐덫을 보곤 한다. 신에게 감사한다. 방에 거울은 없다. 내가 찬양할 신이 없듯이. 온통 어둠이다. 온통 무섭다. 헛되어 지어진 이 어두운 세계에 내가 더 머물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자살은 원치 않는다. 그건 경제적이지 못할 것이다.
233

워낙 좋아하는 사람은 호평하는 소설이라 .. 기대를 품고 읽었지만 별로였다. 이런 스타일의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그냥,,,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잘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