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독후감, 줄거리, 인상적인 구절

묵문 2024. 10. 30. 13:26

Original title Le città invisibili

Originally published November 3, 1972

Author Italo Calvino

Genre Fiction · Classics · Fantasy · Short Stories · Magical Realism · Italian Literature · Literature · Italy · Architecture · Novels

Characters Marco Polo · Kublai Khan

이현경 옮김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이 워낙 마음에 들었던 탓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 이 책을 골랐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이 책이 줄거리와 가독성에 중점을 둔 책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며 인상적인 구절을 뽑아보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모험가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 칸 황제에게 자신이 상상한 도시들을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르코폴로의 1인칭 이야기와 외화에서는 마르코폴로와 황제의 대화로 액자식 구성을 갖는다.

모든 경이로움의 집합체처럼 보였던 이 제국이 목적도 형태로 없이 쇠락하고 이미 부패할 대로 부패해 우리의 홀이 제국을 지켜낼 수 없게 되었음이, 적의 제왕들에게 거둔 승리가 오히려 우리에게 길고 긴 폐허를 유산으로 상속했음이 밝혀지는, 절망적인 순간도 있다.

p.12

내 제국이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가고 있다는 걸 잘 나는 알고 있네. 그 썩은 시체의 병균이 시체를 쪼아 먹는 까마귀들과 그 오수를 거름으로 해서 자라는 대나무들을 병들게 하지.

p. 75

거대한 제국이나 굳건한 나라도 언젠가는 몰락하기 마련인데, 그 숙명을 알면서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황제의 고뇌가 느껴졌다. 역시 시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레오니아 시는 매일 스스로를 새롭게 바꿔갑니다. 아침마다 주민들은 깨끗한 시트에서 눈을 뜨며 포장지를 금방 벗긴 비누로 세수를 하고 새 가운을 입고 최신형 냉장고에서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캔들을 꺼내며 최신 모델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근 소식을 듣습니다.

...(중략)

하지만 매년 도시가 확장되기 때문에 쓰레기장은 점점 더 멀리 물러나야 합니다. 버려지는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쓰레기 더미는 점점 더 높아지고 겹겹이 쌓이고 반경을 넓혀갑니다. 게다가 새로운 물건들을 만드는 레오니아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쓰레기의 질도 더 좋아져서 시간과 악천후와 부패와 연소에 저항력을 키워갑니다. 레오니아를 애워싼, 파괴되지 않는 쓰레기 요새가 산맥처럼 사방에서 도시를 압도합니다.

...(중략)

이미 옆 도시에서는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새로운 지역으로 도시를 확장하고 새로운 쓰레기들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불도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p. 148-150

이 도시에서 새 상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쓰레기를 경각심없이 버리는 모습이 현대 신자유주의 사회와 유사했다. 특히 쓰레기섬으로 갇히는 부분은 쓰레기 매립지가 없어 어디에 둘지 싸우는 나라들을 생각나게 했다.

칸은 게임에 집중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 게임의 목적이 그에게서 사라졌다. 모든 게임의 결과는 승리 아니면 패배이다.그런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것인가? 진짜 판돈은 어떤 것일까? 외통장군으로 궁지에 몰릴 때, 승리자의 손을 뿌리치고 나온 왕의 발밑에는 검거나 흰 정사각형밖에 남아 있지 않다.

p. 157

황제가 승패에 대해 체스를 두며 고민하는 장면이다. 체스는 전쟁을 본떠 만든 게임이다. 외통장군이란 외통수, 혹은 체크메이트로 더 유명한 체스 용어이다. 승리를 하여도 결국 얻는 것은 없다는 쓸쓸함이 느껴졌다. 보통 여러 매체에서 체스는 전략가들의 심리싸움을 암시할때 사용되는데 마르코 폴로와 황제는 체스를 두면서도 승패에 연연하지 않았다.

도시의 형태는 그 목록이 무한하다. 모든 형태가 자신의 도시를 찾고 새로운 도시들이 계속 탄생하게 될 때까지. 모든 형태의 변화가 끝나고 나면 도시의 종말이 시작된다.

지도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로스앤젤레스, 교토, 오사카 같은 도시와 형태 없는 도시들의 시작도 끝고 없는 그물망들이 넘쳐난다.

p. 176

이거는 그냥 이 책이 쓰여진 때가 1972년인데 일본의 도시가 두 개나 쓰여있어서 영향력이 대단하구나 싶어서 넣었다.

칸은 이미 악몽과 저주 속에서 위협을 가하는 에녹, 바빌로니아, 야후의 나라, 부투아, 브레이브 뉴 월드 같은 도시들의 지도를 넘기고 있었다.

...(중략)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날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삶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p. 207-209

칸이 제시한 디스토피아 세계 중에 두 곳밖에 몰라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바빌로니아는 메소포타미아의 실제도시가 아니라 성경에 나온 바벨탑을 지은 도시를 말하는 것 같고 야후의 나라는 걸리버 여행기에, 부투아는 금과 보물이 많아 포르투갈에 약탈당한 아프리카 도시다. 아마도.... 에녹은 잘 모르겠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칼비노는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지옥을 받아들여서, 우리가 사는 곳이 지옥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서 거기에 공간을 부여하고 그것의 성질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토피아를 찾는 칼비노 식의 방법이다. 칼비노에게 유토피아는 이곳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유토피아는 바로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가 할 일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p.212 작품해설 中

소설이 반복하는 내용이 많아서 집중이 많이 흐트러졌었는데 작품 해설을 보고 평가가 많이 바뀌었다. 그렇게 지루하고 따분한 도시들의 모습을 계속 나열한게 도시들의 변화과정을 보이는 것이었다. 현대인으로 태어나 평생 도시에 살아야 할텐데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는 개인에 달렸다는 사실.

그 외 조사한 것들

철갑상어 알=캐비어

고전소설에서 너무 많이 등장해서 익숙해진 철갑상어 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철갑상어를 수조에 넣어 파리까지 산채로 운반했다는 지문이 나온다. 이때도 캐비어가 고급 요리였던 모양.

아스트롤라베

An astrolabe (Ancient Greek: ἀστρολάβος astrolábos; Arabic: ٱلأَسْطُرلاب al-Asṭurlāb; Persian: ستاره‌یاب Setāreyāb) is an ancient astronomical instrument that was a handheld model of the universe. Its various functions also make it an elaborate inclinometer and an analog calculation device capable of working out several kinds of problems in astronomy. In its simplest form it is a metal disc with a pattern of wires, cutouts, and perforations that allows a user to calculate astronomical positions precisely. Historically used by astronomers, it is able to measure the altitude above the horizon of a celestial body, day or night; it can be used to identify stars or planets, to determine local latitude given local time (and vice versa), to survey, or to triangulate. It was used in classical antiquity, the Islamic Golden Age, the European Middle Ages and the Age of Discovery for all these purposes.

*Age of Discovery 는 대항해시대임

히비스키스 꽃은 겨울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라는 구절 때문에 히비스키스 꽃 개화시기를 찾아봤는데 8월~10월인데...? 뭘까 이 문장은

마천루 :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이 쌓아올린 건물, skyscraper

메르쿠리우스 신

이름이 길게 써져서 못알아봤는데 이거 Mercury다. 로마신화에서는 메르쿠리우스,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헤르메스인 상업의 신.

라구 스튜

Ragout is a type of rich French stew made with meat and vegetables. It's slow-cooked to make a hearty dish that is full of flavor. There are endless variations you can make – with meat, without, fish, chicken, and you can use whatever vegetables you prefer – or whatever is in season!

몬테크리스토 백작(인생책이라... 이런것도 외워버렸다.)에서 하인이 끓여주는 그거! 근데 그냥 잡탕이다. 뭘 넣어도 라구 스튜임

이것 저것 신화 얘기가 많다.

하르피이아(harpy...왜 이름을 다 이렇게 길게 쓰는거지) 스핑크스, 그리핀, 키메라, 히드라, 유니콘, 코카트리케(바실리스크임)

신화 얘기는 흥미로우니까 나중에 더 정리해봐야지

트리글리프

 

Triglyph is an architectural term for the vertically channeled tablets of the Doric frieze in classical architecture, so called because of the angular channels in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