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쿠오 바디스 1> Quo Vadis 헨릭 시엔키에비츠 | 최상은 옮김 인상깊은 구절 독후감

묵문 2025. 5. 23. 23:56

고등학생때부터 너무 읽고 싶었던 소설.. 드디어 읽었다.

인생이란 한낱 환상에 불과한 것, 영혼 또한 순간의 환영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로운 환상과 해로운 환상을 구별할 만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
23
부와 명성, 권력은 모두 연기처럼 허망한 것입니다. 부자는 언제나 더 큰 부자와 마주치게 되고, 명성이 높은 사람은 더 큰 명성에 가려지게 마련이며, 권력자는 더 큰 권력자에게 정복당하고 마는 법입니다. 황제인들 신인들 평범한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에 입을 맞추거나,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가슴을 마주 댈 때보다 더 큰 환희와 행복을 맛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그들보다 월등하게 만들어주는 고귀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
친애하는 비니키우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쾌락이야 평민들도, 짐승들도 모두 느끼는 것이지만 참다운 인간이 그들과 다른 점은 사랑을 고귀한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이다.
255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는 로마도 없었고, 미친 황제도 없었으며, 신전도, 제신도, 이교도도 없었다. 그들에겐 오직 땅과 바다, 하늘과 세계를 가득 채우고 계신 그리스도만이 있을 뿐이었다.
331
그리스나 로마에서 말하는 미(美), 그 자아도취에 빠진, 육감적인 나체의 아름다움 외에 이 세상에는 순결하고 깨끗한 아름다움, 즉 영혼이 깃들어 있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398
바로 그 순간 리기아가 눈을 떴다. 그녀는 비니키우스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고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제가 당신 곁에 있어요."
비니키우스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의 영혼을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399

크으으...

당신이 나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이 비좁은 단칸방에서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당신에게는 신앙과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게는 오직 당신만 있을 따름입니다.
413
"가서 하느님께 용서를 비시오!" 크리스푸스 노인이 매우 실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을 함정에 빠뜨린 악마가 당신을 완전히 타락시키기 전에, 그리고 당신이 주님의 뜻을 거스르기 전에 빨리 도망가십시오. 주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것은 자신의 피로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서입니다. (...) 그 사람은 당신을 자기가 살고 있는 악의 구렁텅이, 그 지옥 같은 소돔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소. 하느님께서는 언젠가 분노의 화염으로 그곳을 태워버리실 거요. 감히 말하겠습니다. 저 사악한 뱀이 당신 마음속에 기어 들어가 죄악의 독으로 오염시키기 전에 차라리 이 집 벽이 무너져 내려 당신이 죽어버리는 편이 낫겠소."
427
내 생각으로 스토아학파는 바보들이지만, 적어도 인간을 단련시킨다는 미덕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네 말을 들어보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상에 슬픔을 퍼뜨리고 있어.
478
"리기아, 그대는 지금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입술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죄를 고백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마구 떨렸다.
"대답하시오." 사도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리기아는 베드로의 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순종과 불안이 뒤섞인 음성으로 속삭이듯이 대답했다.
"네......."
비니키우스 또한 그녀의 곁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 베드로는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주님의 이름으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서로 사랑하시오. 그대들의 사랑에는 죄가 없소."
518-519

정말 1권의 압도적인 명장면이다...

두 사람은 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가슴속에 사랑의 감정이 용솟음쳐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리기아는 아직도 사이프러스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나무 그늘 속에서 그녀의 한 송이 꽃과 같은 새하얀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두 눈은 아래를 향해 살며시 내리뜨고 있었고, 가슴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물결치듯 아래위로 들썩이고 있었다. 비니키우스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한낮의 고요한 적막 속에서 두 사람은 행복에 겨워 두근대는 서로의 심장 고동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었다. 꿈속을 헤매듯 사랑에 취한 그들에게는 사이프러스 나무들도, 무성한 도금양 관목들도, 정자의 지붕을 휘감은 담쟁이덩굴도 모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낙원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것만 같았다.
526
앞으로 이 종교는 온 세상을 정복할 것입니다. 세상을 달라지게 하고 소생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종교밖에 없습니다.
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