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내 눈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지 않소? 나는 죽을 때까지 당신만을 바라보고 싶소."
25
왐마야~
배드로의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에는 의문이 생겼다. 어찌하여 하느님께서는 악마들에게 이런 큰 힘을 허락하셨을까? 왜 악마에게 세상을 맡기시어 마음대로 주무르게 하실까? 악마가 세상을 짓밟고, 사람들의 피와 눈물을 자내고, 바람처럼 휘두르고, 폭풍처럼 쓸어가고, 불꽃처럼 태워버리는데도 왜 가만히 내버려 두시는 걸까?
27
전에는 이런 사랑이 존재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소. 지금까지 사랑이란 끓어오르는 피와 불타는 욕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한방울의 피와 한 번의 숨결에도 얼마든지 사랑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짐과 죽음이 우리의 영혼에 안식을 주듯이 나는 사랑을 통해 한없이 감미로운 평화를 맛보게 되었소.
42
죽음을 맞아 눈감은 후에도 새로운 삶과 행복을 만나고, 나 자신과 사랑하는 당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덕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소. (...)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하고 싶지 않은 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소?
45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하고 싶지 않은 자... 하지만 너무.. 너무 많아요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다들 미쳤고, 끝없는 나락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무엇이 앞길에 도사리고 있고, 발밑에서는 무엇인가가 부서지고 있으며, 주위에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멸망하고 있다.
65
야만인들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폭력과 범죄, 잔혹함, 광기와 난행이 만연한 사회는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로마는 세계의 지배자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곪게 만드는 종양이기도 했다. 로마는 지금 썩은 시체처럼 악취를 풍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부패한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이런 타락한 세상을 지켜보는 것 외에 아무목적도 없이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도대체 삶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죽음의 신은 잠의 신 못지않게 아름다우리라. 죽음의 신 또한 어깨에 날개가 돋쳐 있지 않은가?
214-215
기쁜 마음으로 거두어들이기 위해 눈물로 씨앗을 뿌리십시오. 악의 세력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대지 위에, 로마 위에, 도시의 성벽 위에는 여러분이 가슴속에 모시고 있는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241
베드로
"자비로우신 그리스도여, 이 비통한 마음을 살펴주시고, 위안해 주시옵소서! 자비로우신 그리스도여, 이 어린 양에게 불어 닥치는 폭풍을 멈추어주십시오! 당신 입에서 쓴잔을 거둬주십사고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기도하신 자빌우신 그리스도여, 이곳에 있는 당신 종의 입에서도 그 쓴잔을 거두어주십시오! 아멘!"
비니키우스는 두 손을 별이 총총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채 흐느끼면서 말했다.
"오, 그리스도여, 이 몸은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그 사람 대신 저를 데려가 주시옵소서!"
246
"아내를 죽이고 형제를 죽인 놈아, 화가 있으라! 그리스도의 원수여, 재앙이 있으라! 네 발밑에 지옥의 문이 열렸으며, 죽음은 너를 데려가기 위해 손을 내밀고, 무덤은 너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산송장이여, 네게 화가 있으라! 너는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처참하게 죽음을 당할 것이며 두고두고 죄값을 치르리라!"
337
크리스푸스
"오, 그리스도여! 그리스도여!"
마치 누군가의 발에 입을 맞추는 것처럼 사도는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렸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늙은 사도가 흐느끼는 소리로 말했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나자리우스에게는 들리지 않았으나 베드로의 귀에는 온화하면서도 슬픈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크으으으으....없던 신앙이 생기게 하는...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얘기였다! 어쩜 이렇게 극적으로 글을 잘 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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