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출판사 번역을 읽을까 고민하다 도서관 가서 중요한 씬 대사 비교해보고 읽었는데 문예출판사 것이 제일 좋은것같다. 일단 대사 어미가 제일 자연스럽고 술술 읽힘
+주저리
프랑켄슈타인은 오랫동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 1위를 굳건히 지켰던 소설인만큼 다시 읽는 경험은 즐거웠다! 이런 대사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새로웠고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상징들이 보였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전반부부터 죽음이라는 주제는 꾸준하게 등장하는데 결국 두 인물 모두 죽음으로 끝을 맺음으로서 극복할 수 없는 마지막을 강조한다.
메리셸리와 그의 남편 퍼시셸리가 처음 만나 연인이 되었을때 퍼시셸리에게는 이미 부인이 있었고 프랑켄슈타인을 출간하고 몇 년 뒤 부인이 자살하고 나서야 둘은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된다. 또한 메리셸리는 그녀 나이 24살에 퍼시셸리가 요절할때까지 아이들을 여럿 두었는데 한명 말고 전부 어릴때 죽는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죽음은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켄슈타인에서 묘사하는 죽음은 뚜렷하고 가까운 공포이자 안식으로 느껴진다.
1816년 그 유명한 Summer of Discontent, 유래적으로 추운 여름 셸리 부부는 바이런 경과 그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가 있는 제네바의 호숫가 디오다티 저택에서 머물게 된다. 이때 비가 며칠이나 지속되어 저택에 갇혀있는 날들이 많았는데 일행은 바이런의 제안으로 공포 소설을 써보자는 내기를 하게 된다.
메리셸리는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 몇주동안 고민을 한다. 당시 바이런과 퍼시셸리는 생명 원리와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당시 화재였던 전기 실험과 갈비니즘(개구리 뒷다리에 전기충격을 주면 움직이는 효과)이 화두에 올랐고 그것을 듣던 메리는 어느 날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와 함께 생명 창조에 경도된 과학자 꿈을 꾼다.
인상적인 구절
나는 언제나 북극은 아름다움과 기쁨의 땅이라고 상상하거든. 마거릿, 그곳에서는 지지 않는 태양을 영원히 볼 수 있단다. 그 거대한 원반이 지평선에 닿을락 말락 뜬 채 영원한 광휘를 흩뿌린다지.
14
그 추운 북극을 이렇게 낭만적으로 상상하다니 역시 뱃사람이다.
"자네에게는 희망이 있고 자네 앞에 펼쳐진 세상이 있으니, 절망할 이유가 전혀 없지. 하지만 나, 나는 말일세,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니 삶을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네."
...
그는 한편으로는 불행을 겪고 좌절감에 사로잡기도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들어가 앉으면 슬픔이나 어리석은 무모함 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곳에서 후광을 두른 천상의 영혼처럼 변하기도 해.
30
나는 현실 세계에 관련된 사실들을 탐구하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그녀는 시인들의 영묘한 창작물에 매료되어 있었다. 내게 세계는 비밀이었고, 나는 그것을 밝힐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녀에게 세계는 공허였고, 그녀는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그것을 사람들을 위해 탐색해보려 했다.
37
"고대의 화학 교사들은 불가능한 것을 약속하고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현대의 거장들은 약속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금속의 성질은 변할 수 없다는 것과 불로장생의 영약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손을 오물에 적시고, 두 눈으로 현미경과 도가니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하는 이들 철학자들이야말로 실로 기적을 행했습니다. 그들은 자연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어, 그 숨은 곳에서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들은 신의 영역에까지 오릅니다. 그들은 혈액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발견했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성질이 무엇인지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새롭고 거의 무한에 가까운 능력을 획득했습니다. 하늘의 천둥을 지배하고 지진을 모방하고 심지어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세계를 모방하기까지 합니다."
52
처음 거둔 성공의 감격 속에서 마치 허리케인처럼 나를 앞으로 밀어붙였던 다양한 감정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삶과 죽음은 이상적인 경계처럼 보였다. 나는 먼저 그 경계를 뚫고 들어가 우리의 암흑 세계에 폭포수와도 같은 빛을 쏟아 부어야 했다.
59
11월의 어느 음산한 밤, 나는 마침내 노고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 이미 새벽 한시였다. 빗줄기가 음산하게 창문을 두드렸고 초는 거의 타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반쯤 사그라진 촛불의 희미한 빛을 통해, 그 피조물이 흐리멍덩한 노란 눈을 뜨는 것을 보았다. 놈은 거칠게 숨을 쉬었고, 발작을 일으키며 사지를 꿈틀댔다.
...
놈의 누런 피부 아래 움직이는 근육과 동맥 들이 거의 다 드러나 보였다. 검은 머리칼은 윤기를 내며 흘러내렸고 이빨은 진주 빛깔처럼 희었다. 하지만 이처럼 다채로워 보이는 모습은 희끄무레한 눈구멍에 자리잡은 그 눈구멍과 거의 비슷한 빛깔의 축축한 눈과 쭈글쭈글한 피부, 그리고 불거진 새까만 입술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섬뜩하기만 했다.
64
고딕 소설 묘사의 극상
차가운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는 어린 아이들이 방 저쪽에 유령이 서서 자신들을 기다릴 거라고 생각할때 그렇게 하듯이, 거세게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벌벌 떨며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침실에도 그 소름끼치는 손님은 없었다.
69
기쁨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나를 사로잡은 것만 같았다.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에 온몸이 욱신거렸고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 이처럼 이상한 나의 심리 상태를 보고 클레르발은 처음에는 자신이 찾아온 것이 너무 기뻐 그러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주의 깊게 나를 지켜보고는 내 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광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제하지 못하고 크게 터져 나오는 차가운 내 웃음소리에 흠칫 놀라며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이봐, 빅터."
그가 외쳤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런 식으로 웃지 마. 너 정말 몸이 몹시 안 좋은 모양이구나. 어쩌다 이리 되엇어?"
"내게 묻지 마."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소리쳤다. 방 안으로 그 무서운 유령 같은 놈이 미그러져 들어오는 모습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놈이 말해줄 거야....... 아, 살려줘! 제발 날 살려줘!"
그 괴물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격렬하게 몸부림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70
번개의 강렬한 섬광이 호수를 비추자, 눈이 부셨다. 호수는 거대한 불판처럼 보였다. 그러곤 일순간 모든 것이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였고, 내 눈은 앞서의 섬광에서 벗어나 차츰 어둠에 익숙해졌다.
...
그 순간 나는 근처의 덤불 뒤에서 슬그머니 움직이는 검은 형체를 보았다. 나는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선 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잘못 보았을 리 없었다. 번갯불이 비추자, 그 형상이 뚜렷하게 보였다. 거대한 체구, 흉측한 얼굴,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모습.
91
괴물은 빅터를 따라온다.
뇌리에 불길하고 절망적인 장면들만이 쉴 새 없이 스쳐갔다. 내가 인간 세상에 내던진, 나에게서 지금 저지런 소행처럼 가공할 짓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부여받은 그 존재가 마치 나 자신의 흡혈귀나 유령인 양 무덤에서 되살아나 내게 소중한 모든 사람들을 반드시 차멸시키려 하는 것만 같았다.
92
다정한 사촌! 그런 너의 생각은 사랑스런 네 눈빛과 목소리처럼 따뜻하고 고결하구나. 하지만 나, 나는 비참한 사람이었다. 그 순간 내가 겪고 있던 불행을 느 구누도 알지 못했다.
112
여기서 1권이 끝난다. 저스틴 모리츠가 괴물의 모략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침울한 가족과 죄책감에 빠진 빅터
"네 놈을 만든 두 손이 저주스럽다! (...) 어서 꺼져! 역겨운 그 몰골을 내 눈앞에서 치워버려."
"나의 창조자여, 그리 해주겠소."
그가 말문을 열며, 자신의 혐오스런 양 손으로 내 눈앞을 가렸다. 순간 나는 거칠게 그 두 손을 내쳤다.
"그렇게 눈을 가리면 내 혐오스런 얼굴이 안 보일 거 아니오.(...)"
128
오... 빅터 눈 가리는 괴물 이런 모티프 뭐 있었는데 -
지식이란 정말 묘한 것이오! 일단 지식을 얻게 되면 바위에 낀 이끼처럼 그것이 머릿속에 착 달라붙어 떠날 줄을 모르니 말이오. 이따금씩 모든 생각과 감정을 떨쳐버리고 싶었소. 하지만 나는 괴로움을 이길 방법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소.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소.
155
괴물
"생명을 얻은 저주스런 날이여!" 나는 괴로움에 소리쳤소. "저주받을 창조자! 왜 당신은 스스로도 역겨워 고개를 돌릴 만큼 소름끼치는 괴물을 만들었는가? 신은 가엾게 여겨,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악한 당신의 모습이구나. 그런 당신의 모습을 빼닮았기에 더욱 소름끼친다. 사탄에게는 칭찬해주고 용기를 줄 친구, 동료 악마들이라도 있지만, 나는 외톨이고 증오의 대상이로다."
168
돌풍이 엄청난 눈사태처럼 휘몰아치며 내 정신 속에서 광기가 요동치게 해 이성과 사고의 영역을 송두리째 쓸어버렸소.
180
괴물
그놈의 말을 들으니,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놈이 측은하게 느껴져 이따금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가도, 추악한 몸뚱이가 움직이며 말하는 것을 보면, 역겨움이 일어 공포와 증오심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191
시커먼 형체의 소나무가 내 앞에 서 있었고 바닥 여기저기에는 부러진 나무들이 누워 있었다. 경이롭고 엄숙한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보노라니, 이상한 생각들에 사로잡혔다. 나는 비통하게 흐느꼈다. 양손을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외쳤다.
"아! 별아, 구름아, 바람아, 너희들은 나를 비웃으려 하는구나. 진정 나를 가엾게 여긴다면 내 감정과 기억을 부수어다오. 흔적조차 남지 않을 때까지 나를 완전히 파괴시켜다오. 하나 그러지 않겠다면 제발 내 곁에서 더나거라. 나를 어둠 속에 남기고 어서 떠나거라."
194
나는 찾아드는 온갖 고통 속에서 활기를 잃었다. (...) 내가 악마에게 했던 약속은 단테의 지옥의 위선자들이 머리 위에 든 철 고깔처럼 내 마음을 짓눌렀다. 땅과 하늘의 모든 기쁨이 물처럼 내 앞을 스쳐갔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만 내게는 삶의 현실로 다가왔다. 가끔 광기가 나를 사로잡았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또는 주변에서 내게 끊임없이 고문 - 종종 비명과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 을 가하는 추악한 동물들을 무수히 계속해서 보았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195
2권 끝
클레르발! 사랑하는 친구! (...) 그의 영혼은 뜨거운 애정으로 넘쳤고, 그의 우정은 세속적인 사람들이 상상 속에서만 찾아보라고 말하곤 하는 헌신적이고 경이로운 것이었다.
...
그럼, 지금 그는 어디 있는가? 그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영원히 사라져버린 걸까? 기발하고 무궁무진한 생각과 상상력이 넘쳤던 그 정신은 사라져버린 걸까? 그 현존이 창조자의 살에 달린 세계를 만들어냈던 그 정신은 사라져버린 걸까? 이제 그 정신은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토록 성스럽게 빚어져 아름다움을 빛내던 너의 육신은 썩어 없어졌지만 네 영혼은 여전히 너의 불행한 친구를 찾아와 위로해주고 있다.
206
하지만 문득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면, 그런 즐거움은 깨어지곤 했다. (...) 하지만 지금 나는 시든 나무였다. 내 영혼에 큰 화살이 박혀 있었다. 순간 나는 곧 있을 나의 파국 -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가련하게 보이고 내 눈에는 혐오스럽게 보이는 파멸한 인간성의 참혹한 광경 - 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느꼈다.
210
이러한 유적과 유물 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자유와 자기 희생의 숭고한 이상을 생각하니, 잠시 내 영혼이 저급하고 비참한 두려움에서 벗아나 비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순간 나는 과감히 사슬을 끊고 자유롭고 고결한 영혼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쇠사슬은 이미 내 살을 파고들었던 탓에 나는 다시 전율과 절망에 휩싸인 채 비참한 내 자신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211
나는 시체가 놓인 방으로 들어가 관 쪽으로 이끌려갔다. 그 시체를 보고 내가 느꼈던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내 앞에 누운, 생명을 잃은 앙리 클레르발의 모습을 보는 순간, 치안판사와 증인들이 참석한 심리는 내 기억 속에서 꿈처럼 빠져나갔다. 갑자기 나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다. 그러곤 시체에 몸을 던지며 울부짖었다.
...
인간의 몸으로는 내가 겪는 괴로운 고통을 더는 지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급기야 나는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방에서 실려 나왔다.
이러한 경련 뒤에는 열병이 따랐다. 나는 두 달 동안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나의 광란은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나는 윌리엄과 저스틴, 클레르발의 살해범이 나 자신이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때로는 간호사에게 나를 괴롭히는 악마를 파멸시키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는가 하면, 때로는 이미 괴물의 손에 목이 졸리기라도 하는 듯 공포와 고통으로 비명을 마구 질러대기도 했다고 한다.
...
왜 나는 죽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이었는데, 왜 나는 망각과 영원한 안식 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던가? 죽음은 막 자라나는 많은 어린아이들을, 자식을 애지중지 사랑하는 부모의 유일한 희망을 앗아간다. 한때 건강과 희망을 활짝 피웠다가 다음 순간에 벌레의 먹이가 되어 무덤 속에서 썩어가는 신부들과 젊은 연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 인간이기에 그토록 수많은 충격 - 수레바퀴의 회전처럼 끊임없이 고문을 반복하는 - 을 견딜 수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살아 있을 운명이었다.
234
그럴 때마다 식구들은 위험한 병이 재발하지 않을까 몹시 걱정했다. 아아! 어째서 그들은 그토록 비참하고 혐오스런 생명을 지켰던 걸까? 그것은 내가 지금 종착지로 향하는 내 운명을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 럯이었다. 아아. 이제 곧 죽음이 나의 맥박을 멈추고 나를 가루로 만들 듯 짓누르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에서 구해줄 것이다. 그리고 정의에 대한 보상으로 나 역시 영원한 안식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처럼 항상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죽음이 등장하려면 아직 멀어보였다. 나는 종종 몇 시간 동안 말없이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어떤 거대한 변혁이 일어나 그 변혁의 폐허 속에 나와 나의 파괴자를 묻어버렸으면 하는 소망을 품었다.
241
아버지는 내가 억울한 범죄 혐의를 벗고 다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사실에 더없이 기뻐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븜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 내게는 지하 감옥의 벽이든 궁전의 벽이든 똑같이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삶의 잔에는 영원히 씻을 수 없잉 독이 퍼져 있었다. 햇빛은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비추었지만 내 주위에 보이는건 무서운 짙은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빛도 꿰뚫을 수 없는 그 어둠을 희미한 두 눈빛이 꿰뚫고 나를 응시했다. 때로는 그 두 눈은 죽어서 생기를 잃었고 검은 눈동자가 눈꺼풀 - 긴 검은 속눈썹이 달린 - 에 의해 거의 덮인 앙리의 눈으로 나타났고 때로는 내가 잉골슈타드의 연구실에서 처음 봣을 때처럼 눈물이 고인 괴물의 흐릿한 눈으로 나타났다.
...
사실 나는 이따금 행복을 열망해보기도 했다. 우울을 동반한 기쁨 속에서 사랑하는 내 사촌을 생각하기도 했고, 굶주린 향수에 젖어 어린 시절에 내게 아주 소중했던 푸른 호수와 론 강의 빠른 물살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전반적인 감정 상태는 마비되어 있었기에 감옥이라도 자얀의 가장 신성한 무대만큼이나 고마운 거처였다. 이런 마비 상태는 간혹 가다 일어나는 고뇌의 절망의 발작에 의해서만 드물게 멈추곤 했다. 그런 발작이 찾아올 때면 나는 종종 이 진저리나는 삶을 끝내려 했다. 그렇다 보니 나의 끔찍한 자살 기도를 막기 위해서 끊임없는 보살핌과 감시가 요구되었다.
242
열병에서 회복된 이후로 나는 매일 밤마다 습관적으로 소량의 아편제를 복용했다. 아편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휴식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불행의 압박감 때문에 그날 밤에는 평소의 두 배나 되는 아편제를 먹고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잠조차도 고통스런 생각과 불행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못했다. 꿈은 금찍한 것들을 수없이 보여주며 나를 위협했다. 언제나 아침 무렵이면 나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내 목을 조르는 악마의 손길이 느껴졌지만 나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이윽고 신음 소리와 고함이 귀청을 울렸다. 나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가위눌린 내 모습을 보고는 깨운 것이었다.
244
호숫가에서는 바람에 실려 온 꽃과 건초의 아주 상큼한 향기가 감돌았다. 뭍에 올랐을 때는 태양이 이미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은 뒤였다. 호숫가의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곧 나를 휘감고 영원히 내게 달라붙어 놓아주지 않을 두려움과 불안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258
밤의 어둠이 점점 짙어지자 주위는 아무리 무관심한 구경꾼이라도 숙연해지고 애처로워하게 할 만한 풍경으로 변했다. 떠난 사람드르이 영혼이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애도하는 사람의 머리 위로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했다.
270
나의 맹세에 대한 답변이기라도 한 듯 밤의 적막을 뚫고 잔악한 웃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오랫동안 무겁게 귓전을 울렸다. 그 소리가 산에 메아리쳐 반복해서 울리자, 마치 사방의 지옥이 비웃음과 조롱으로 나를 에워싼 것만 같았다. 맹세를 하며 복수를 예비해두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그 순간에 광란에 사로잡혀 비참한 내 존재를 파멸시키고 말았을 것이다.
271
아! 나를 그 악마에게 인도해주는 수호천사는 내가 그토록 원하는 안식을 언제쯤 허락해주려는 것일까? 아니면 나는 죽고 그놈은 계속 살아야 한단 말인가?
279
지금 그가 품을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산산이 깨진 그의 감정들을 평화와 죽음으로 진정시킬 때야 비로소 얻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그도 고독과 정신착란이 주는 하나의 위안을 누렸어. 그는 꿈속에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서 자신의 불행에 대한 위안이나 복수에 대한 의욕을 얻을 때면, 그들이 환상의 산물이 아니라 머나먼 세계의 영역에서 자신을 방문한 실제 존재라고 믿는단다.
282
내가 완성한 그 일, 그러니까 감정과 이성을 지닌 존재를 창조해낸 일을 생각하면 나 자신을 평범한 고학자로 생각할 순 없었지. 하지만 내가 과학자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힘을 복돋아주었던 그러한 생각 때문에 지금 내가 먼지 구덩이 속에 깊숙이 처박힌 거네. 나의 모든 생각과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고, 전능함을 갈망하던 대천사처럼 나는 영원한 지옥에 갇히게 된 거지.
283
나는 내가 생명을 주었던 존재를 쫓아서 파멸시켜야만 해. 그러면 지상에서의 내 운명은 실현된 것이니 나는 숨을 거둘 것이네.
285
"그를 죽인 것으로 내 죄악은 이제 끝이로구나! 계속된 나의 비참한 삶도 이제 종말 앞에 다가서 있구나! 아, 프랑켄슈타인! 관대하고 헌신적인 존재여! 이제 와서 당신에게 용서해달라고 간청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임으로써 당신을 완전히 파멸시켜버린 나를. 아아! 그대의 몸은 싸늘하고 그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구나."
295
나는 나 자신을 증오했소. 하지만 나는 그가, 내 존재를 만들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심어주었던 그 장본인이 뻔뻔하게 행복을 바란다는 사실을, 내게는 불행과 절망을 한층 심하게 안겨주면서도 자신은 내게는 영원히 금지된 도락에 빠져 감상적이고 열정적으로 즐거움을 향유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소.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무력한 질투와 쓰디쓴 분노가 치밀면서, 가시지 않는 복수의 갈증에 사로잡혔소.
297
괴물
나는 그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로 몰아넣었소. 저기에 그가 창백하고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소. 당신은 나를 증오하지. 하지만 당신의 그 증오는 내가 나 자신을 증오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오. (...) 이 두 손으로 내 두 눈을 찌르고 싶소. 그 끔찍한 일에 대한 상상이 내 머릿속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말이오.
...
나는 죽을거요. 이제 더는 나를 갉아먹는 고뇌를 느끼는 일도, 충족될 수도 억제할 수도 없는 감정의 희생양이 되는 일도 없을 거요. 내게 생명을 주었던 사람은 죽었으니, 나만 죽으면 우리 둘에 대한 기억은 곧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오.
...
나는 의기양양하게 나의 장례식 장작더미에 올라가 온몸을 불사르는 불길의 고통 속에서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오. 그 불꽃이 꺼지면, 나의 재는 바람에 실려 바다로 날릴 것이오. 내 영혼은 평화로이 잠들 것이오. (...) 잘 있으시오."
그는 이 말을 남기고는 선실의 창문으로 뛰어오르더니, 배 근처에 두었던 얼음 뗏목 위로 뛰어내렸어. 그는 곧 물결에 밀려가더니, 어둠 속으로 멀리 사라졌어.
302
끝
괴물이 읽은 책 실낙원, 플루타르크 영웅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크 영웅전 말고는 나도 읽었군... 괴물.. 지성인이다. 괴물이라고 부르기도 조금 미안함 이정도 책을 홀로 독학한 이를 어찌 괴물이라 부르겠는가
+. 그래서...
몇년 전 처음 소설을 읽었을때 나는 괴물 쪽에 조금 더 이입을 하며 읽었다. 약속을 어기고 회피하기만 하는 빅터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읽으며 감상이 달라졌다. 빅터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어떤 원대한 꿈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결과가 끔찍하게 변해 자신을 향해 돌아올때 당연히 절망하지 않을까. 또한 빅터는 뛰어난 과학자는 맞지만 그의 목표를 이루기에는 너무 연약한 정신을 가졌다. 클레르발의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그냥 제네바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여전히 괴물의 이야기는 슬프고 그를 도와주려고 했던 이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후대에 오면서 괴물은 사실 억압된 사람들, 여성이나 출산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해석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원본 그대로로 해석하는 것을 선호한다. 천둥번개 치는 잉골슈타트의 골방에서 노란 눈을 뜨는 괴물과 창백하게 마른 과학자가 눈을 마주치는 장면은 영원히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영원히 함께 할 책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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