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독후감, 줄거리, 인상깊은 구절

묵문 2024. 11. 20. 21:57

주인공 노라는 몇년 전 남편 헬메르의 건강이 악화되자 요양할 돈을 아버지의 서명을 도용해서 빌린다. 그 돈은 남편 헬메르의 부하에게 빌린 것이었는데, 그 부하가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자 그 서류를 들고 헬메르에게 말하거나 해고당하지 않게 도와달라 한다. 노라는 부하를 해고하지 말라 남편을 설득하지만 실패하고 그 비밀이 밝혀진다. 그때까지 노라는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이 남편을 위해 돈을 빌렸다는 것을 알면 헬메르가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줄거라 믿었다. 하지만 진실을 안 헬메르는 달랐다. 그는 노라를 부도덕한 여자라 매도하며 그녀를 비난한다. 하지만 곧바로 생각이 바뀐 부하가 와 서류를 파기하자 다시 예전처럼 잘 살 수 있다고 노라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남편과 자신의 결혼생활이 그동안 그저 역할놀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노라는 집을 떠난다.

헬메르: 이렇게 심한 거짓은 견딜 수 없어. (...) 아,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하다니! -하지만 그 시절은 지나갔어. 오늘부터 행복은 없어. 나머지를, 나무 밑동과 껍질을 건지는 것만 남았어.

110

헬메르: 아, 노라, 우리 집은 따뜻하고 아름답기도 하지. 여기 당신의 피난처가 있어요. 나는 매의 발톱에서 곱게 빼낸 쫓기던 비둘기인 양 당신을 보호할 거야

...

아, 노라, 당신은 남자의 마음을 몰라.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전심으로, 거짓 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롬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 다시 낳아 준 거야. 아내는 어떻게 보면 그의 아내이면서 그의 아이이기도 하지. 힘없고 무력한 존재인 당신은 앞으로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야. 나에게 마음을 열기만 하면 나는 당신의 의지와 양심이 되겠소.

112-113

노라: (머리를 흔든다.) 당신들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 당신들은 나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헬메르: 하지만 노라,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노라: 예, 토르발. 이런 거예요. 내가 아빠 집에 있었을 때는 아빠가 내게 당신의 생각을 말씀하셨고, 그럼 나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죠. 그리고 내 생각이 달랐을 때는 나는 그 생각을 숨겼어요.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아버지는 나는 인형 아기라고 불렀고, 내가 인형을 갖고 놀듯이 나를 가지고 노셨어요. 그리고 내가 당신 집에 왔을 때.....

헬메르: 지금 결혼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건가?

노라: (상관하지 않고) 내 말은, 나는 그렇게 아빠 손에서 당신 손으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취향대로 꾸몄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취향을 내 것으로 만들게 됐죠. 아니면 그런 척했던 것이었거나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115

헬메르: 노라, 말도 안 돼. 당신은 감사할 줄도 모르는군. 당신은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았나?

노라: 아니요,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행복한 줄 알았죠. 하지만 한 번도 행복한 적은 없었어요.

헬메르: 아니라고! 행복하지 않았다고!

노라: 그래요. 재미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내게 친절했어요. 하지만 우리 집은 그저 놀이방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요.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116

노라: 토르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이 옳다고 할 거예요. 그리고 책에도 그런 비슷한 말들이 있죠.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로 만족할 수 없고 책에 쓰여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요. 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해요.

119

헬메르: 나는 기꺼이 밤낮으로 당신을 위해 일하겠어, 노라. 당신을 위해 걱정하고 염려할 거야.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명예를 희생하는 사람은 없어.

노라: 수십만 명의 여자가 그렇게 했어요.

121-122

작품해설이 아주 흥미로웠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성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 순전히 남성적인 사회에서, 법을 만드는 것도 남성이며 소송을 걸고 재판하는 사람들을 남성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일에 대해 판단한다.

(...) 보수적인 사회를 대표하는 작은 사회(micro-society)인 가정은 노라에게 남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 집단의 관점에 따라 만들어진 관습을 사회 규범의 이름으로 다른 집단에게 강요하는 사회 통념은 이 작품에서 무효 판정을 받는다. 발표된 지 130년이 되어 가는 인형의 집의 시사성은 이 작품이 무조건 관습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사회, 생각이 다른 집단을 주류의 규범에 따라 판단하는 현실에 회의를 제기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인줄 모르고 도서관에 들려서 한시간 내로 읽은 아주 짧은 희곡인데, 당시 왜 엄청난 논란을 볼려일으키며 금서가 됐는지 알겠다. 정말 급진적이로 자유사상을 외치는 소설이다. 당시 기독교적으로 완벽하다 말했던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A Doll's House

Written by Henrik Ibsen

Characters Nora · Torvald Helmer · Krogstad · Mrs. Linde · Dr. Rank · Children · Anne-Marie · Helene

Date premiered 21 December 1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