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보이체크·당통의 죽음> 게오르크 뷔히너 | 홍성광 옮김 독후감 줄거리 인상깊은 구절

묵문 2025. 2. 3. 22:19
한 나그네가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서 있거나, 신의 지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그런데 정말이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농부와 칠장이, 구두장이와 의사는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었겠습니까? 만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수치심을 심어 주지 않았다면 재단사가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었겠습니까? 만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서로 때려죽이고 싶은 욕구를 주지 않았다면 군인은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요, 기분 좋고 고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상 모든 건 허망하고, 돈도 썩어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끝으로, 친애하는 청중 여러분, 우리, 십자가에 오줌을 쌉시다. 유대인 한 놈이 뒈지게 말입니다.
미보이체크 45
고통은 모두 나로 인한 거고,
고통은 나의 기도로다.
주여, 주께서 상처 입고 피 흘렸듯이,
내 마음 항상 그렇게 하옵소서.
보이체크 57
보이체크 달려라! 달려, 백마야.
바보 카를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라! 달려! 백마야! 백마야! (아이를 안고 달린다.)
72

 

<당통의 죽음>

공포는 미덕의 발로며, 신속하고 엄격한 불굴의 정의와 다름없습니다. 이들은 '공포는 독재 정부의 무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독재 정부와 같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제 군주의 친위대가 군도로 무장하듯, 우리 자유 용사들도 손에 칼을 든 것입니다. 전제 군주가 짐승이나 다름없는 자기 백성을 공포로 다스린다면, 전제 군주로서 그의 권리인 겁니다. 자유의 적들은 공포로 박살내야 합니다. 공화국을 건립한 여러분에게는 이에 못지않은 권리가 있습니다. 혁명 정부는 폭정에 반기를 드는, 자유의 전제 정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왕당파에게 자비를 베풀라.'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사악한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안됩니다! 죄 없는 사람들, 약한 사람들, 불행한 사람들, 인간적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만이 사회의 보호를 받아 마땅합니다. 공화국에서는 공화주의자만이 시민이고, 왕당파와 외국인들은 우리 적입니다. 인간성을 억압하는 자들을 처벌하는 일이야말로 자선 행위고, 그들을 용서하는 것은 야만 행위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릇된 감상주의의 모든 조짐은, 탄식하면서 영국이나 오스트리아에 구원병을 애걸하는 것과 같습니다.
민중을 무장 해제하는 것으로는 만족하기 못해, 악덕을 통해 민중이 지닌 힘의 더없이 성스러운 원천에 독을 뿌리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유에 대한 가장 교묘하고, 가장 위험하며, 가장 혐오스러운 공격입니다.
(중략)
민중의 입법자들이 온갖 악덕을 저지르고 옛 궁정 신하들의 온갖 사치를 버젓이 누리고, 혁명 공신들이 돈 많은 여자들과 결혼해 성대한 향연을 베풀고 놀이를 즐기고 하인을 거느리고 값비싼 옷을 입고 다니는 걸 우리는 보아 왔습니다.
100-101
라르쿠아 민중은 미노타우로스 같아서 먹지는 않더라도 매주 사람들의 시신을 필요로 하지.
104

군중심리에 대한 의미심장한 말!

당통 난 잘 알아. 혁명은 사투르누스와 같아서 자기 자식들을 잡아먹지.
113

사투르누스: 로마신화 농경과 계절의 신으로 자기 아들을 잡아먹음=그리스 신화 크로노스

우리는 깨어 있지만, 보다 선명한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우리는 혹시 몽유병 환자가 아닐까? 우리 행동이 꿈속 행동처럼 보다 분명하고, 보다 확고하고, 보다 완벽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렇다고 누가 우리를 비난할 것인가? 우리의 게으른 신체 기관이 몇 년에 걸쳐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고 행위를 정신은 한 시간 안에 해치울 수 있지. 죄는 생각 속에 있는 거야.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든, 신체가 생각을 흉내내어 움직이든, 우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
121

죄에 대한 관점 흥미진진

로베스 피에르 난 피의 메시아야. 피의 메시아는 희생당하지 않고 남을 희생시키지. 그리스도는 자신의 피로 인간을 구원했지만, 나는 그들 자신의 피로 그들을 구원하겠어. 그리스도는 인간이 죄를 범하게 했지만, 나는 스스로 죄를 짊어질 거야. 그리스도는 고통의 희열을 맛보았지만, 나는 사형 집행인의 고통을 맛볼 거야.
125
당통 우리가 서로의 몸을 찢어발겨야겠나? 그만두세. 우리는 가련한 연금술사들이야!
카미유 보다 격정적으로 말해보겠네. 인류는 영원히 굶주리며 얼만 오랫동안 자신의 사지를 마구 뜯어 먹어야 하는가? 또는 난파선 위 우리 조난자들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의 피를 빨아 먹어야 하는가? 아니면, 육신을 지닌 우리 대수학자들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지의 X를 찾느라 찢어진 사지로 얼마나 오랫동안 계싼을 써 내려가야 하는가?
130
난 사실 인류 역사 전체를 비웃지 않을 수 없어. 세상이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어.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먼 훗날에도 모든 게 오늘과 같을 거 같아. 공연히 소란만 피우는 거야. 나에게 겁주겠다는 거겠지. 그들은 감히 그러지 못할 거야.
144

세상이 그대로라는 생각... 혁명 중에 얼마나 처절했을지

우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철사로 조종되는 꼭두각시야.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린 유령들이 쥐고 싸우는 칼이나 다름없어. 동화에서처럼, 칼을 쥔 손들은 보이지 않아.
148
인류의 발걸음은 느립니다. 우리는 수 세기가 지나서야 걸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세기 뒤에는 수 세대의 무덤이 생겨납니다. 아무리 간단한 발명이나 기본 원칙이라도 그것들을 얻으려면 수백만에 달하는 생명이 희생됩니다. 역사의 진행이 보다 빨라진 시대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간단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신속하고 간단히 결말을 짓기로 합시다. 우린 모두 같은 상황에서 창조되었으므로, 자연 자체가 만든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우린 모두 같습니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 즉 하층 계급이나 상층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도 특별 대우를 받거나 특권을 누려선 안 됩니다.
(중략)
모세는 자기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거쳐 광야에 들어섰습니다. 모세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전에 낡고 부패한 세대들이 도태되었습니다. 대의원 여러분! 윌에겐 홍해도 광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투쟁과 단두대가 있습니다.
혁명은 펠리아스의 딸들과 같습니다. 혁명은 인류를 다시 젊어지게 하기 위해 갈기갈기 찢어 놓습니다. 홍수의 거친 물살을 헤치고 대지가 육중한 팔다리로 몸을 일으키듯, 인류는 마치 처음 창조되는 것처럼 피솥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156-158

펠리아스의 딸들: 그리스 신화 이아손에게 황금 양털을 탈취해 오는 일을 시킨 이울코스 왕 펠리아스. 메데이아는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아버지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속여 펠리아스를 토막 내 끓이도록 했다.

단지 우리를 신의 자식들로 삼기 위해 이 모든 일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나는 차라리 그보다 못한 아버지를 택하겠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아버지가 나를 자기보다 신분을 낮춰 돼지우리나 갤리선에서 키웠다고 뒷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으로부터 불완전성을 제거할 수 있을 때에만 여러분은 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그런 시도를 했습니다. 악은 부정할 수 있어도 고통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오성만이 신을 증명할 수 있을뿐, 감정은 신에게 반항합니다. 내 말을 명심하게, 아낙사고라스. 왜 내가 고통에 시달리나? 이것이 무신론의 바위라네.
163
메르시에 평등이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서 낫을 휘두르고 있어. 혁명의 용암이 흘러내리고. 공화 정치를 만드는 건 단두대지! 위층 싼 관람석에서는 박수를 치고, 로마인들은 손을 비벼 대지.
170
바레르 단두대가 웃기 시작하면 곤란해. 그러면 사람들이 더 이상 단두대를 겁내지 않을테니까. 단두대에 친숙해져서는 안 된단 말이야.
182
죽음에는 희망이라는 게 없어. 삶이 좀 더 복잡하고 조직화된 부패라면 죽음은 보다 단순한 부패일 뿐이지, 차이라면 그게 다야!
189
자유의 발자국이 얼마나 오랫동안 무덤이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여러분은 빵을 원합니다. 그런데 저들은 여러분에게 사람 머리를 던져 줍니다. 여러분은 목이 마른데, 저들은 단두대 계단에 흐르는 피를 핥게 합니다.
192
자넨 죽음보다 더 잔혹하게 굴 셈인가? 자넨 우리 머리가 저 바구니가 있는 바닥에서 서로 입 맞추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214

 

이 꽉찬 정치적 도덕적 철학적 토론을 한 사람이 썼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뷔히너는 정말 천재다...

각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게 적으면서도 정말 정교하고 고급지다.. 정말 2024년에 읽은 책 중 최고다 머리가 저릿저릿한 기분